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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역대급 영화이자 나의 인생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을 영화, 인셉션이다.
사실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는 세간의 주목과 찬사들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설명해주실 분' 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줄거리
타인의 꿈에 들어가서 그의 생각을 훔치는 일을 하는 특수 요원 코브.
코볼 공업의 확장 계획에 대한 사이토의 계획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의 동료인 아서, 내쉬와 함께 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도주하던 도중 내쉬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사이토에게 그들을 팔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이토는 자신의 생각을 훔치려던 코브와 아서에게 오히려 '인셉션'을 제안하는데, 이는 자신의 경쟁사 피셔-모로우 그룹의 후계자 로버트 피셔가 스스로 회사를 해체하도록 생각을 심는 것이었다.
고민하는 코브에게 사이토는 일을 해결하면 집에 온전히 돌아가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이에 코브는 주저없이 자신의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코브는 자신의 아내인 멜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배를 받고 해외 도피 중에 있었기에, 사이토의 제안에 밑져야 본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시 인셉션의 표적이 될 로버트 피셔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시작하고, 동료인 아서를 포함하여 꿈의 설계자가 될 아리아드네와 위조꾼이 될 임스, 뛰어난 약제사 유서프와 함께 팀을 구성하여 작전에 들어가게 된다. 사이토의 엄청난 재력을 이용해 항공사를 미리 인수해두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로버트 피셔에게 자연스레 접근하여 수면제를 먹인 뒤 그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작전이었다. 게다가 한 단계의 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그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으로, 또 다른 꿈으로 세 번에 걸쳐서 아주 깊은 단계까지 도달하여 진행해야 하는 거대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피셔는 꿈의 추출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훈련을 해둔 상태였기에 그의 꿈 속에서 팀원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함께 꿈 속으로 들어간 사이토가 총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하고 코브의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멜의 방해 등이 겹치면서 작전은 더욱 어렵고 힘들게만 흘러간다. 너무 깊은 꿈이었던 나머지 작전 중에 죽게 된다면, 꿈의 가장 깊고 원초적인 무의식 상태인 림보로 떨어지게 된다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전 중 가장 깊은 단계의 꿈에서 결국 진작에 총을 맞았던 사이토가 사망하여 림보로 떨어지게 되고, 피셔마저 인셉션이 끝나기 직전 코브를 방해하던 멜의 총에 맞아 림보로 떨어지면서 실패로 돌아갈 뻔 했으나 코브와 아리아드네가 함께 림보로 직접 들어가 그 안에 있던 멜을 만나고 함께 있던 피셔를 찾아내게 된다. 피셔와 아리아드네는 림보에서 함께 3단계의 꿈으로 돌아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인셉션을 끝내게 된다. 코브는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후회와 죄책감을 멜에게 고백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무의식에 남아있던 멜을 보내준 뒤 림보 안의 다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사이토를 찾아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모든 일이 끝나고 사이토는 전화 한 통으로 약속했던 코브의 누명을 풀어주고, 코브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자신의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끌어안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모저모
사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전개와 구조는 복잡하며 각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주인공 코브 역할을 맡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조차 아직도 인셉션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을 정도이다. 아직까지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만.
개봉 당시 영화의 내용이 난해하고 결말조차 시원하게 떨어지지 않았던 터라 많은 영화팬들과 관객들이 앞다투어 해석과 분석글을 내놓을 정도였고, 영화의 소재였던 꿈과 인셉션 때문에 '자각몽', '루시드드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뒤 영화관에서 재개봉을 했을 때조차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도 이건 꼭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하여 스크린으로 다시 볼 정도로 사랑받은 영화이다.
멜은 코브의 아내이자 그의 무의식 속에 계속해서 남아있는 그의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다.
멜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코브가 그녀의 마음에 '내가 있는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심어버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죽는 것인데, 그러한 생각을 무의식의 림보 속에서 멜에게 심어버림으로써 멜이 현실로 돌아와서도 그러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렸기에 코브의 죄책감이 계속해서 남아 스스로를 괴롭힌 것이다. 이 때문에 코브가 남의 마음에 생각을 심는 인셉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고, 또한 자신이 작전을 하던 중에 계속해서 무의식 중에 남아 있던 멜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피셔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떨어졌던 림보에서 그는 멜을 만나 자신의 모든 후회를 털어내고 그녀를 보내주었다. 이는 스스로 죄책감을 씻고 미래로 나아가는, 코브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가르쳐주는 하나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자신의 잘못으로 과오를 저지를 수 있지만 이를 씻기 위해 스스로를 용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토템이라는 것이 나온다. 코브의 경우 사진에 나오는 모양의 팽이였는데, 꿈에서는 이 팽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현실에서는 돌아가다가 멈추기 때문에 이를 통해 코브가 자신이 있는 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결말 부분에서 코브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이 팽이를 돌려놓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달려가 그들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카메라가 점차적으로 팽이를 클로즈업하는데, 팽이는 계속 돌면서 마치 넘어질 듯 흔들흔들, 그러다가 영화가 딱 끝이 나 버린다. 정말 억 소리 나오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관객들 모두가 이 부분에서 마치 서로 약속했다는 듯이 다들 짧은 탄식 소리를 냈다는 후문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미공개 완결 부분이 유튜브나 다른 영상 매체들을 통해서 나오면서 '실제로 팽이가 넘어졌고 이는 현실이었다!' 완벽한 결말로 해결됐지만, 당시에는 열린 결말이니 안 넘어졌을 거라느니 코브는 림보에서 못 빠져나왔을 거라느니 정말 많은 해석과 말들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전 중에 사망하여 림보로 떨어진 사이토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꿈에 있다는 것을 망각해버려 폭삭 늙어버린 모습인데, 그를 찾기 위해 림보를 헤맨 코브가 그와 함께 나누는 대화는 가히 인상적이다.
우리 함께 돌아갑시다, 믿음을 가져봐요. 그럼 우린 다시 젊어질 수 있어요.
이것이 꿈이라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용기. 인셉션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교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선택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사실 이는 사이토가 코브에게 헬기 안에서 인셉션과 함께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그에게 한 말이다.
믿음을 갖는 삶이란 얼마나 값지고 멋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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